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생활문화를 공유하지만, 만성질환에 있어서는 유병률과 관리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양국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식습관, 의료제도, 예방 수준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만성질환의 유병율과 대응 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1. 식습관 차이와 만성질환 유병율
식습관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한국과 일본의 질병 발생률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나트륨 섭취량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약 33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1.6배 수준입니다. 반면 일본인은 평균 2700mg으로 한국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한국은 김치, 찌개, 국물류 등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이 일상적이며, 최근 서구화된 식단으로 인해 포화지방과 단순당 섭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유병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고혈압 유병율은 성인 기준 약 28.3%, 당뇨병은 16.7%로 보고되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생선 위주의 식단과 소량 다품종 식문화 덕분에 비만율이 낮고,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성인의 고혈압 유병율은 약 23%, 당뇨병은 13%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층 만성질환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문화는 국가별 만성질환 통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한국은 나트륨과 당류 섭취 개선, 일본은 고령층 영양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2. 의료제도 및 진단 시스템 비교
한국과 일본 모두 ‘국민건강보험’ 형태의 공공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질병 조기 진단과 만성질환 관리 측면에서 일본이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1차 예방 시스템이 강력하며, 건강검진 참여율도 매우 높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정기검진 수검률은 80%를 넘습니다.
한국 역시 국가건강검진 제도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정기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수검 이후 치료로 연계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20~40대의 검진 참여율은 50% 미만으로 낮고, 만성질환 진단 이후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일본보다 떨어집니다.
일본은 예방 중심의 의료정책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보건소, 약국, 지역 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병원 중심의 치료 중심 구조로, 질병이 발생한 이후의 관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만성질환 조기 진단율과 치료 지속율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은 예방 중심의 1차 의료 인프라 강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예방수준과 국민의 건강의식
양국의 만성질환 예방 수준은 건강교육, 정부 정책, 국민의 건강 인식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본은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일찍부터 예방의학에 투자해 왔으며, 초등학교부터 식습관 교육과 운동습관 형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집니다. 또한 개인 건강기록 관리 시스템(PHR: Personal Health Record)을 활용해 스스로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예방보다는 ‘치료’에 중심을 둔 구조로, 질병 진단 이후의 관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만성질환 예방 캠페인과 건강증진센터 운영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국민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수준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청년층과 직장인의 건강 관심도가 낮고,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 음주나 폭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당뇨병 예방지표 점수는 72점, 한국은 61점으로 평가되어 건강 리터러시(건강정보 이해 및 실천 능력) 수준에서도 일본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환자의 생존율, 삶의 질, 사회경제적 부담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홍보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 유도 전략, 생활밀착형 교육,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활용 등을 통해 예방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4. 결론: 이웃나라 일본에게 배우는 만성질환 관리 전략
한국과 일본은 생활환경이 비슷하면서도 만성질환 관리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은 예방 중심 정책, 높은 건강검진 참여율, 식습관 개선 등으로 건강지표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델입니다. 한국은 이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일상 속 예방과 국민건강 인식 전환을 통해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바꾸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