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질병의 시대’라 불릴 만큼 만성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화, 고령화, 생활패턴의 변화 등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만성질환의 급증 배경과 도시화 및 고령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질병의 시대’를 심층 분석해봅니다.
1. 만성질환 폭증, 이제는 국민병 시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절염,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은 이제 중장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만성질환으로 진단받은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7%에 달하며, 복합 만성질환 보유자(2가지 이상 질병)는 그 중 42% 이상을 차지합니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의 동시 보유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의료계에 큰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단순한 유전적 원인보다는 환경적 요인, 생활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소가 주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조기 진단이 어렵고, 일단 발병하면 지속적인 관리와 약물 복용이 필수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의료비 지출과 생산성 손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국내 전체 의료비의 약 70%가 만성질환 치료에 소모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질환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건강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며, 소득이 낮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만성질환 유병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질병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공공 의제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합니다.
2. 도시화가 만든 병든 환경
도시화는 경제 성장과 삶의 편리함을 가져다준 반면, 건강에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도시 중심의 고밀도 생활환경, 교통 혼잡, 대기오염, 소음, 실내 활동 증가 등은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고혈압, 우울증 등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도시민의 하루 평균 야외 활동 시간은 1시간 이하로,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한 지역군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화는 지역사회의 해체를 초래하여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는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재택근무,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며 도시민의 신체활동은 더욱 감소했고, 이로 인해 복부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도시 내 열섬현상, 미세먼지 농도 상승 등은 환경성 질환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일상은 과도한 정보 노출, 야근,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로 인해 생체리듬이 파괴되고 있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생활패턴은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질환의 기저 원인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도심 재설계를 통해 녹지공간 확대, 보행 중심 교통 체계 도입, 지역 커뮤니티 회복 등을 통한 건강한 도시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3. 고령화 시대, 건강수명의 위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령 인구는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할 확률이 80% 이상이며, 뇌졸중, 심부전, 골다공증, 치매,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치료보다는 관리 중심의 의료가 필요하므로, 의료·복지 체계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또한 노인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며, 자살률 증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는 단순히 의료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핵심 변수입니다. 생산 인구 감소, 의료비 증가, 요양시설 수요 폭증, 간병 인력 부족 등 연쇄적인 사회 비용 상승이 동반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방 중심의 정책, 커뮤니티 케어, 노년기 운동·영양 교육 강화, 디지털 헬스 기술 도입 등이 중요한 해결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질병의 시대’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만성질환, 도시화, 고령화는 상호 연결된 복합 위기이며,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예방 중심의 정책, 도시환경 개선, 건강 교육 확대, 노인 복지 강화 등 다차원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건강은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과 사회 전반의 설계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합니다.